신촌에서 2007년에 고깃집에서 알바햇었어요.
매장이 2층이었고
딱 맞은편에 크리스피가 있었는데
당시 스무살인가에 홀홀단신 고시원 살면서
고깃집 직원으로 12시간씩 일할 때였어요.
매일매일 넘 힘들고 그랬는데
하루는 중간에 쉬는시간
(브레이크타임은 없고 점심시간 끝나고
손님이 줄어들면 직원끼리 번갈아가며 쉼)
에 가게 언니가
크리스피에 빨간 불 들어왔다고 지금 가면
공짜로 하나씩 준대서 처음 가봤었어요.

엄청 뻘쭘하고 어색하게 줄 서서 기다렸다가
도넛 받아들었는데
따뜻한 도넛 처음이라 깜짝 놀라고
한 입 베어 무니까 입 안에서 녹아 사라져서
또 놀랐던 기억이 나요.
공짜로 얻어먹는게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했는데
주시던 직원분도 아주 친절하게 주셔서
감사했었어요.

그 뒤로 가끔 불 들어온 거 보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달콤한 도넛 한 입이
힘들고 어려웠던 그 때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많이 녹여줬었어서 고맙고
없어져서 아쉽고 그러네요.
지금은 사먹을래도 갓 나온 따뜻한 도넛은
팔지 않는것 같더라구요. 집에서 데워먹는거랑은
달라서 한 번 더 먹고 싶네요.
갓 나온 따끈하고 달콤했던 그 도넛을요.

2006년에 분당서현역 크리스피크림에서 알바했었는데
그냥 받아가려고 줄서는사람이 70%. 손님30%정도였어요
시식용을 따로 빼놓은건아니고 판매용이랑 똑같은게 나가지만
포장은 절대안한다는 원칙이 있었거든요

근데 포장해달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많았고
안된다고하면 자기가 이거먹으려고 서울에서 왔다 내가 누군줄아느냐 라고 난리치는 사람도 있었고
항상 따뜻한거 드리다가 기계문제로 식은게 나간적이 있는데
알바생한테 집어던지면서 이건 너나먹고 따뜻한거 가져오라고 난리치는 사람도 있었어요

아 물론 진짜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며 받아가는 분들이 더 많긴했지만 저런 진상들 보면서 오래 못가겠다 싶었거든요
역시나 저알바그만두고 조금지나고 마케팅 끝나더라구요 ㅎㅎ

갑자기 생각나네요 ㅋㅋ

돼지 복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