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인데 못난놈인데 어떻게 사는게 맞는걸까요

619493No.245522020.02.15 19:23

아버지가 개인회사를 하나 하십니다.
연매출은 200억 조금 안되구요.
직원은 20명정도의 그냥 저냥 한 작은 회사입니다.

아버지가 하라는대로 관련 전공을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5년을 일했습니다.
외제차타고 비싼술먹고 비싼양복 입고다니고
풍요롭게 잘 지냈습니다.

근데 항상 무섭고 불안하고 텅빈거 같더라구요
내 적성도 안맞고...적성을 떠나서 내 능력을 한참 벗어난
업무와 대접인데... 항상 내일 일어나면 모든게 사라질것만 같고
내가 걸친것들이 내것이 아닌것 같다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차를 타면서도 방향제 하나를 사도
"언제 뺏길지 모르는 차인데 돈을 써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
꿈에서도 항상 불안하니 악몽도 자주꿨습니다.

저는 소심하고 유약하고 눈치없는 월급쟁이형 소시민인데
앉은자리는 이사 직급에 경영인이라니..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직원들 눈초리도 너무 힘들었구요.

능구렁이 같은 다른 회사 사장님들,다른 회사 담당자들과 대화할때에도
나는 선척적으로 생각이 짧아 단순한것 밖에 못보는데
이사람들은 머리가 트여 있어서 저 멀리까지 내다 보니
항상 휘둘리고 나만 모르고 어리석은 븅쉰이 되어가는 기분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2년전에 사표를 냈습니다.
아버지는 노발대발 하시면서 배신감에 치를 떠시구요.

집에서 쫒겨나와서 차도 옷도 다 뺏겼습니다.

어머니가 중고로 5백만원 짜리 아반떼 하나 몰래 해주셔서
거기에 진짜 간단한 옷가지들이랑 컴퓨터만 달랑 들고
무작정 지인소개로 지방에 숙소지원되는 생산직에 입사했습니다.

1년반 정도 생산직을 하면서 돈도없고 차도 없고 여자도 없고
그냥 일하고 먹고 숨만쉬는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내일 모든게 사라진다는 걱정?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을 억지로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는 느낌은 없어서
마음은 편했습니다. 매일 엉덩이ㄹ려서 술먹고 잠자고 게임하고살도 많이 쪘고 정신적으로도 조금 건강해 진 느낌이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어머니가 다시 올라 오라고 하시더군요
올라갔더니 아버지 몰래 이래저래 모으신 돈이 10억좀 안되게 있으니
이걸로 아는분 가게 잘되는곳을 인수해줄테니 거기서 가게를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음식점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밥하고 재료손질하고 손님 맞이하고
가게청소하고 소독하고... 일만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고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인데... 몸으로 하는 일을 하니까 잡생각도 덜 들고
그냥 좋더라구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예전 친구들과 대화하면 다들 저보고
'왜 그렇게 사냐' '내가 너였으면 세상 다 씹어먹었다' 이런 말들 많이 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저는 머리나쁘고 지혜롭지 못해서 떠먹여줘도 못하는 놈인걸...

하...

어머니가 연락와서 결혼할 여자는 없느냐고 물으시더라구요
부모가 찔러넣어준 돈만 있었지 제대로 하는건 하나도 없는 놈이라는 생각에
아버지 회사 퇴사이후 연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은...

모르겠습니다. 이런 한심한 생각밖에 못하는놈이 뭘하나 생각만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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