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사귀고 파혼당했어요.

593698No.260922020.04.28 12:26

(2년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20살 대학 cc부터 시작해서 군대, 대학원, 직장 모든 과정을 함께 해온 남자였는데...같은 수준의 중소기업 다닐땐 안그러더니 좀 더 큰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하고서는 제 외모를 지적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쎄하긴 했지만 넘어갔어요.

근데 어느날 갑자기, 정말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전날까지만 해도 혼수가지고 같이 고민하고 그랬는데. 집도 구해놨었고요.

헤어질때 들은 소리가 "너 키가 작은게 싫어." 였어요...ㅎㅎㅎ 그럼 지난 10년간 내 키가 무슨 2미터 정도 되는줄 알았니...ㅜㅎ(아마 새 직장에서 썸녀가 키가 좀 큰 스타일이었나봐요..참고로 제가 외모관리를 안한건 아닙니당.. 오히려 전 운동을 하루도 안빼고 하고 꾸미는 것도 좋아하는 반면 남자는 운동과는 담 쌓은 놈이었구요ㅜ)

하.. 열흘정도 미친듯이 잡다가 안되길래 그냥 단념하고 싹 차단해버렸어요. 그놈은 물론 그놈과 관련된 사람 모두. 그 뒤로 2년이 흘렀지만 상처야 여전하죠. 정신과도 다니고.. 기본적으로 성격이 완전 바껴버렸어요 우울하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니 너무 후회된다는 연락도 오고(무려 페이스북메세지로..^^), 얘 부모님한테서도 다른 방법으로 연락오고 그랬지만 다 씹었어요. 아무리 제가 다 차단을 했다지만 그렇게까지 시간이 흐른 후에 상대방을 다시 잡고싶다면 직접 찾아오거나 했어야죠. 10년이나 사겨서 주변에 지인이 투성인데.. 내 집주소도 알고 직장도 알고...직접 만나서 붙잡든 사과를 하든 방법은 충분히 있거든요ㅜㅜㅋㅋ 사람하나 제대로 망가뜨려놓고 끝까지 무성의하더군요. 진심따위 없다고 보고 그냥 무시했어요. 무시하면서도 엉엉 울었죠. 미련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저 자신이 불쌍하고 우리 부모님한테 죄송해서. 사과도 그지같이 받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요.

그러다 얼마전에 새로 연애를 시작했는데, 사람이 되게 좋아요. 표현도 많이 해주고 다정하고 배려심깊고...뭐든 전남친과는 반대인 점이 너무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어찌보면 자꾸만 전남친을 기준으로 생각하나 싶어서 무섭더라고요. 절대로 그놈을 사랑하거나 하는게 아닌데. 대체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 남친은 저랑 결혼하고싶다고 계속 어필을 하는데... 한편으론 또 다시 그 꼴이 날까봐 너무 두렵고 한편으론 맘이 너무 지쳐서 그냥 확 결혼을 해버릴까싶기도 해요. 전남친놈이 30살에 절 차 준 덕에 이젠 선택의 기회도 얼마 없는데...^^; 이대로 결혼해버리면 안좋을까요? 제가 지금 남친한테 못할 짓을 하고 있는걸까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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