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상한 꿈이었다.

397125No.322412021.02.14 20:19

며칠 전에 이상한 꿈을 꿨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똘망똘망한 아기 눈을 바라보며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꿈.
꿈에서 깨고 나서도 팔에 안겨있던 아기의 무게감과 빠는힘과 맞물려 몸에서 빠져나가던 느낌이 생생해서 기분이 뭐라 표현할 수 없게 묘했다.
현재 연인이 없고, 아기를 가지고 싶은 생각도 전혀없는 일단은 보류성 비혼주의자이기에 이 꿈이 더 기묘하게 느껴졌다.
시집도 안간 처지에 아이 젖물리는 느낌이 생생할 일은 또 뭐란 말인가...
이성은 비혼주의인데 몸이 부정하고 배반하는 기묘함에 사로잡혀 며칠째 사색중이던 차에 조상의 위대함이란 글까지 보고 나니 사색이 길어졌다.

몇달전부터 더듬더듬 묘하게 인상이 바뀌었다, 살이 빠진것같다는 얘길 들었다. 듣기에 좋아 마냥 그렇구나 하고 기꺼이 여기고 흘려보냈던 말들이 하나둘씩 떠올라 유의미하게 박힌다.
어디선가 여자는 결혼할 때가 되면 분위기가 바뀐다는 얘길 들었던 기억도 났다.

그 실감나던 꿈이 맞물려 결혼적령기라는 막연한 시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역시 삼십대 초반의 여자는 결혼적령기겠지.
이것은 그러면 호르몬의 문제다!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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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은 분만 및 모유 수유 과정이나 남녀가 관계를 맺을 때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사랑과 신뢰, 사회적 결속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옥시토신이 높은 수준에 있는 커플들은 그렇지 않은 커플들에 비해 더 오래 관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옥시토신 수치가 높은 커플들은 인터뷰 중 상대방의 몸을 만지거나 눈맞춤 등 사랑의 표시를 더 많이 보였다. 이런 행위가 옥시토신 수치를 더 높이고, 높아진 옥시토신이 다시 사랑의 감정을 깊게 하는 ‘선순환’ 현상을 낳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옥시토신이 로맨틱한 결속감을 갖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옥시토신은 엄마와 아기 간에 유대감을 형성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결과는 생물학적 차원에서 새로운 파트너에 끌리는 감정은 엄마가 새 아기에게 갖는 감정과 유사한 것임을 보여준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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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위대함이란 글에서 말했듯이 세대를 반복하며 내려온 종족번식의 위대한 호르몬이 내게도 여지없이 작용했구나 생각하니 어쩐지 조금은 울적해진다.
문득 신경질적이고 우울해질 때마다 달력을 살펴보고는 이깟 호르몬 때문에 내가 휘둘리다니!하고 부들부들 떨 때처럼.
호르몬이라는 거스를수 없는 거대한 파도 앞에 이지를 멋드러진 깃발처럼 두르고 무력하게 서 있는 듯한게 지금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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