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첫 독립...

367232No.390472022.02.25 21:06

33살먹은 덩치좋은 남자 입니다.
어디가서 이런말 창피해서 못하지만 익명의 힘을 빌려서 써봅니다.

올해 5월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결혼준비하면서 가장 큰 문제인 신혼집 구하기...

우여곡절 끝에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빌라 하나 간신히 전세로 구했습니다.

외관은 허름해도 내부는 집주인이 전부 수리를 해놔서 깔끔하니 좋더라구요. 보일러도 쌔거고.. ㅎㅎ

가전 가구 하나 둘 들이며 어느 정도 살만한 집이 되었고

여자친구와 저는 결혼 전 미리 먼저 살기로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33년동안 군대 2년 제외하고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살아본적이 없습니다.

전에는 여자친구와 같이 지지고 볶고 하면서 살꺼 생각하니 너무 좋았고 설랬는데

막상 독립할 날짜가 다가오자 점점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구요.. ㅎ

저희 집엔 반려견 두마리가 있어요. 저희집 서열 1순위죠.. ㅎㅎ

저는 강아지들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서 제 팔뚝에 조그마하게 문신으로 반려견 얼굴도 새겼습니다.


집에 있던 제 옷들을 신혼집으로 옮기고 나서려는데 반려견들이 눈에 밟혀서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가 않더라구요.

갑자기 눈물나서 강아지들 끌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ㅋㅋㅋㅋ

솔직히 부모님과 품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강아지들 놓고 나가는게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더라구요..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할 때는 정신적 독립도 되어야한다고..

저는 정신적 독립이 부족했나봅니다.

지금 신혼집에 들어온 지 4일째입니다.

여자친구와 있을 땐 밝은 척 하지만 아직도 강아지들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네요..ㅎ

내일 주말인데 강아지들이나 보러 집에 한번 다녀올까 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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