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렸습니다. 한달전공황장애 발병하시고 공포감에 일상생활도 못하시다 어느순간부터 넋이 나간듯 땅만 주시하시고 식사는 커녕 잠도 안주무시더군요. 계속 미안하다. 도망가야한다. 나가야한다. 라는말만 반복하셨습니다.
대학병원 진료로 차도가 없고 증상이 악화되자 수소문 끝에 정신과 개인병원을 운영하시는 목사님을 알게 되었고 이게 빙의 증상이라고 하셨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는 아버지와 2교대로 잠을 아끼며 어머니가 혹시라도 좋지 못한 행동을 하실까 계속 감시하고 안에서도 못열게 현관문을 막아놓았습니다. 실제로 자다가 몇번이나 엘레베이터까지 나가신걸 업어오기도 하였구요. 그렇게 최면치료가 17일 예정되어 있었고 아버지와 저는 막연한 기대감에 잠을 설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국에 밥이라도 말아드리려 거실에서 밤새 땅만 주시하는 어머니 한술이라도 떠드리려고 전자렌지를 돌리는 순간 어머니가 제 방문을 잠구고 들어가시더군요. 순간은 차라리 현관밖으로 나가는 것 보다 내방에 편안히 계시는게 낮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찰나 베란다에 설치해둔 철망(다육이를 쪼아먹는 비둘기를 막기 위한) 소리가나서 젓가락을 들고 문을 따러 달렸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어머니는 난간에 몸을 반쯤 걸터계셨어요. 제가 미친듯 달려가 어머니를 붙들었을땐 이미 전신이 난간밖으로 나가있는 상태였습니다. 한손은 팔, 한손은 등을 부여잡고 끌어올릴 수 없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아빠 아빠 하고요. 하지만 안방에선 그소리를 단순히 어머니가 또 탈출하시려는걸 저지하나보다 생각하셨나 봅니다.
그렇게 16층에서 어머니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추락해서 땅에 부딫히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팬티바람으로 1층까지 달려나가 어머니 부여잡고 오열했습니다. 아버지는 숨이 넘어가신듯 주저앉아 계셨고요. 과수대랑 형사분들 상황조사하시고 장례를 치뤘어요. 그제 발인을 마치고 지금까지 밤낮 쉬지않고 울었습니다. 눈만 감으면 천천히 회전하며 낙하하는 어머니 모습이 생각납니다 .
지금당장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입니다. 오초만 일찍 들어갔더라면, 머리채라도 잡았어야 했었나 하는 오만 후회가 끝도없이 밀려옵니다. 이모든 과정이 한달안에 일어났습니다. 꿈이었음 싶지만 현실이네요. 그래도 근2년간 어머니와 손잡고 교회다니며 사랑한다고 어느때보다 많이 표현한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한다고 많이 안아드리고 보듬어주세요. 저처럼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며 살고 싶지 않다면요. 보고싶네요 울엄마. 저만보고 산다는게 생전에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는데.. 전생에 무슨죄를 지었는지 교회를 다니며 신앙심을 키워나가고 있는 입장이었으나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에요..

(조문객들에겐 쇼크사로 돌아가셨다 전하기로 아버지랑 합의하여 이곳에 나마 넋두리 해봅니다 죄송합니다. 심적 여유가 되신다면 어머니 영생 탈없이 누릴 수 있게끔 기도 한번만 부탁드릴게요.

벌써 미치도록 보고싶다 울엄마.. 하늘에선 고통받지 말고 사고싶은거 입고싶는거 다입고 살찔까 안먹던 단것도 넘치도록 먹어 금방 다시 만나자 미안하고 사랑해.. 또 사랑해..

따뜻한 말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방금 삼오제 다녀왔어요.. 담당변호사 전화부터 재산분할에 대한 친인척의 개입부터 여러가지 문제들이 제 멘탈을 더 들쑤셔 놓네요. 참 가혹한 세상입니다.. 여튼 다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잘 살아야지 하늘에 계신 우리 엄마도 좋아하시겠지요.. 고맙습니다..

같은 날에 가슴 아픈 이별을 겪은 입장이라 그냥 지나갈 수가 없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저는 쓴이님이 후회는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일어나지 못하는 일에 대한 후회는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역할밖에 못하거든요.. 근 2년간도 최선을 다해 어머니와 소통하려 노력하셨고, 마지막 순간 전까지도 최선을 다하고 계셨잖아요..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마시고 잘 추스르셨으면 좋겠습니다. 쓴이님같은 자제분이 계셔서 어머니는 행복하셨을 거에요.
저도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