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형 이야기

오늘도 하릴없이, 그리고 할 일도 없이...
남들 다 입는 양복대신.....
깔깔이 하나에 삼선 슬리퍼 삼선 트레이닝복을 입고
침대 밑에 떨어진 동전하나...
옷장속 바지주머니에 동전 하나 하나모아서 오락실로 향한다....
동전하나 오락기에 밀어넣고 케릭터 선택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회사에 있는 윗사람들도 이렇게 판정좋고 효율좋은
'쿄,테리,료'만 선택하고 싶은거겠지....
나같은 볼품없는 '최번개'같은 사람은 그저 이 게임의 들러리일뿐...
어릴 땐 그래도 달리기라도 빨라서 별명이 최번개였는데....
달리기 빨라봤자 크면 이 사회에선 아무소용이 없는걸....
잠시 감상에 젖어 빠져들고있을때쯤
'띠링'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Here comes challenger~"
의자를 밟고 살짝 반대편을 보니 초딩정도 되보이는 꼬마였다.
'이 놈이라도 개바르고 우위에 서고 싶다...'
라는 마음에 봐주지않고 콤보를 마구 넣어버렸다.
그런데...
이놈이 오기가 생겼는지 동전교환기계로 가서 5천원짜리 지폐를 밀어넣더니
모두 100원짜리로 바꾸곤 다시 자리에 앉아서 계속 도전을 하네.
지면 또 하고 지면 또하고
그렇게 5천원을 다쓰고 울먹거린걸까... 아니면 씩씩 거리는걸까.....
그 모습이 '옛날 나' 같아서 그 아이를 불러서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나...... 지금 나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나......'
계속 되는 서류컷에 좌절을 느끼고
계속 되는 실연에 아픔을 느끼고
이 모든게 빌어먹을 사회탓이라는 생각에 그저 아무것도 않하고
그렇게 허송세월을 흘러 보내고 있는 나에게......
그 초딩꼬마의 좌절없이 계속되는 도전정신이 나에게 있었나?
집으로 돌아가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뒤로 오락실에는 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2년동안 그 꼬마에게 배웠던 도전정신으로 무엇이든 도전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그 오락실을 다시 찾았다.
맙소사.....
그 꼬마.... 나한테 큰 가르침을 주었던 작은 꼬마하나가 그 자리 그 곳에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묵묵히 바라만 볼뿐이였다.
전에 가르쳐주었던 기술과 콤보는 물론 이미 나를 뛰어넘고있었다는게 느껴졌다.
너무나도 간단히 왕을 잡고 엔딩조차 바지않고 전원을 꺼버리는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다.
찰나의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서로 말이 없었다.
내가 나즈막하게 말을 건냈다.
이제 잘 하네
작은 꼬마는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는 오락실을 뛰쳐나가는데....
눈가에 무엇인가 그렁거리는듯 했다.

돈지랄엔장사없다. (32세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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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에금메달이네요ㅜ개드립화이팅!♥

그형이 지금은 제아내입니다.

노블레스안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