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부지... 이제는 100세가 다 되어가시지만 키도 크고, 미군부대에 계셨어서 영어도 잘하고 멋있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커보였던 할아버지가 어느날 부터 시력을 잃더니 어느새 기억도 다 잃어버렸어요. 여기가 아직도 6.25 전쟁중인 줄 알고, 지역도 전혀 다른 곳인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 물어보면 할머니 이름을 말하고, 좋아하는 사람 물어보면 딸이름을 말하세요. 자기 이름이랑 아들들 이름은 모르지만요....

사실 누구보다 건강하셨던 할아버지가 아이처럼 변했다는게 아직도 믿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력 잃은 게 특별한 이상이 있다기보다는 눈의 수명이 다한거였고, 오히려 안드시던 음식들을 치매걸린 후로 잘 드시면서 다른 곳은 더 건강해지셨어요. 할머니가 88세, 할아버지가 98세,,, 두분이 70년을 같이 사셨는데 할머니가 기도하실때 말씀하시더라구요. 살 날이 얼마 남지않았는데, 가기 전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꼭 붙어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애기가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듯이 어린 아이가 된 할아버지는 할머니 뒤만 졸졸 손 꼭잡고 따라다니셔요 ㅎㅎㅎ 항상 뭔지도 모르면서 대답도 네!! 이렇게 하세요 ㅎㅎㅎ 그냥 이런 경우도 있다고 말해주고싶었어요.
아 근데 할아버지가 저랑 마주칠때마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꼭 존댓말로 제 이름을 물어보시는데, 이름을 말해주면 예쁜 이름이라고 칭찬해주시거든요. 그땐 좀 슬퍼요.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거든요..

제일 가슴아프다.. 기억이 말소되는건 정말 끔찍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