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출신 입니다.

옛날엔 대학교 강당에서 흡연이 가능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안될 일이지만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교수님이 계셨는데,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담배 한대 무시곤 창문 밖을 바라보시면서 사색에 잠기시곤 하셨습니다.

어린 저에겐 그 모습이 철학자 버프까지 받아 너무나 멋져보이곤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3학년이 되었고 교수님은 정년 퇴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학생이 얼마없는 관계로 조촐한 퇴임식이 열렸고 그 자리를 빌려 교수님께 조심스레 물어봤죠.

"교수님, 저희가 질문 드리면 항상 담배한대 무시고 그윽한 눈길로 창밖을 바라보곤 하시던데... 그 모습이 너무 멋지셨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전의 그런 그윽한 눈빛과 함께 말이죠.

"기억이 잘 안나서 그랬어... 갈수록 학생들 질문이 어려워"

참 웃기면서도 황당했었네요 ㅎ

교수님! 그때 그 교수님을 따라하려 애쓰던 저 또한 교수님덕에 훌륭한 꼴초가 되었습니다! 교수님 특유의 그윽한 눈빛은 따라하지 못하지만 ㅎ 그래도 멋지게 성장하여 술담배를 사랑하는 아재가 되었네요! 올해 건강검진 받는데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말 왜이래요~ㅋㅋㅋㅋ

멋진 교수가 되셨다는 줄 알았는데.. 아재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