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아들 상처 주지 않으려 단어 하나하나 정말 공들여서 고르신 것 같네요.

예전에 가게 때문에 산속에 있는 펜션의 좀 큰 방을 1년동안 빌려서 산 적이 있는데 그때 일이 생각나네요.
몇달 뒤에 옆방에 어떤 사람이 이사를 왔는데 46살이고, 대학근처 원룸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하다가 포기하고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으로 이사왔더랩니다.
46살에 고시공부 포기라니..21세기에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정상인 일리가 없다고 펜션주인에게 아무리 얘길 해도 이미 2년치 돈을 받고난 뒤라 먹히질 않았습니다.

얼마뒤에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는데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문열고 자기 몸이 너무 아프다, 죽을 것 같다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목이 찢어져라 큰 소리로 새벽까지 질러대는 겁니다.

당시에 펜션의 다른 방에 좀 깡패같은 아저씨와 피부미용학과 여교수도 살고 있었는데
깊은 산속 펜션이고, 부지가 좀 넓은데도 피해는 오롯이 우리 차지였습니다.

다른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46살 고시생의 정체가 밝혀 졌습니다.

46살까지 고시공부를 한건 맞는데 그 핑계로 그냥 부모 돈으로 놀고 먹으려는 철없는 외동아들이고, 부모님은 꽤나 부유한 편이라 아들이 공부를 한다고 했을때 수억원이 들어있는 통장을 건네줬지만 몇년만에 술과 도박 등으로 탕진하고 계속 손을 벌려대서
부친은 경제적 원조를 전부 끊고 손절했지만 모친이 계속 퍼다주고 있어서 모친의 통장까지 전부 막아 버렸다고 합니다.
여전히 46살 고시생은 일같은건 해본적이 없고요.

그렇게 남편 돈으로 철없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할 수 없게 되자 부잣집 사모님께서 직접 멸치공장에 취직해서 멸치를 다듬어 번 돈을 아들에게 생활비로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시생은 정신도 정상이 아니라 정신분열증 환자라서 원래 살던 동네에서도 계속 신고를 당해, 경찰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이사와서도 요주의 관리대상이라고 합니다.
당장 병원에 집어 넣어야 하는 환자를 모성의 이름으로 남들에게 폐만 끼치는 짐승으로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살게 하다니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며칠에 한번인 괴성만 참으면 되겠지 하고,
1인 가게를 하는 중이라 집에 오면 골아 떨어지기 일쑤 였습니다.

역시나 대단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옆방인 제가 도저히 잠도 잘 수 없도록 고성으로 방안에서 전화통화를 하더라고요.
내용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였는데 대충 어린 여자 후배에게 인생 조언이랍시고 헛소리를 늘어놓는 내용이었습니다.
5시간 이어지는 전화에 참다 못해 한겨울에 민소매 차림으로 나가서 문을 두드리며 쌍욕을 퍼부었는데 안쪽의 방문만 빼꼼히 열고는 아유, 미안해요오.
그래서 나오라고, 이 개XX야 라고 잠긴문을 계속 잡아 흔들자 어이고..하면서 들어가 숨더라고요.

이 일을 절대 잊지 말라는 의미로 문손잡이를 완전히 부수지는 않고, 반쯤 덜렁거리게 만들어 놓고, 부엌 창밖에 달려 있는 휴대폰 전파 수신기를 뜯어내 버렸습니다.

그 후론 밤에 퇴근하면서 보니까 한겨울에 중무장하고 펜션부지 밖에서 통화하더라고요.

그렇게 그놈이 피해다니면서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근데 이 얘길 왜 했더라?

그런데 46세 고시생이 정신분열증 환자라 실제로 누군가와 통화한게 아니라 그냥 자기 혼자 떠들고 있었을 확률이 높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