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즈음, 나 대학교때 동아리 하계훈련으로 지리산에 갔었다. 같은 학교에서 산악동아리7명도 지리산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아리건물은 같아서 어디어디 간다는 말 쉽게 들음)

지리산 올라가는 길이 너무너무 빡세서 헥헥거리는 도중, 정상즈음에서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그냥 살살오다가 큰 비로 바뀌는게 아닌,
바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동아리 부원들은 서둘러 채비를 했고, 5~10분정도 더 기를 쓰고 올라가서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가는 그 짧은 길에도 흡사 작은 계곡처럼 길을 따라 쳐내려가는 흙탕물들이 성난뱀처럼 구불구불 길을 만들어내면서 아래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흙탕물을 헤치며 겨우 정상에 다다르니 구름은 밑에 있어 비도 안오고 숨돌리면서 살만하길래 그대로 열몇명의 부원들이 바로 주저앉거나 눕거나 뻗어버렸다.
“아~빡세다. 죽을 뻔했다~ 비 뭐냐~”이러고 농담따먹기 하고 목을 축이면서 퍼져있었다.

그렇게 하계 지옥 산행을 끝내고, 산에서 하룻밤 잔 다음날 집으로 올때 중간지점에서 이제 귀가한다고 집에 전화드리니(그 당시는 핸폰 없던 시절)
엄마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호들갑이셨다.
얼마나 마음졸였는지 아냐고 울먹거리셨고.

뉴스를 보니 우리가 비를 헤치고 정상찍은 그 날.
옆 동아리 산악부 7명이 급류에 휘말려 그대로 사망했다고 나오더라.
우리 동아리에서 정상찍을때, 산악부는 경치구경한다고 느긋하게 오르다가 참변을 당한거였다.

대부분 1,2학년생이라 충격은 더 컸다.
그 날 이후로 산악부는 해체되었고,
졸업때까지 그 부는 공실이었다.
그 앞을 지날때, 노랗게 삭기 시작하는
서투른 패기로 적어놓은 산악부 모집포스터를 볼때마다 그 친구들이 떠올라 마음이 많이 안좋았었다.

그 날 이후, 2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산에 갈때는 항상 날씨를 무조건 보고 간다.
산은 무조건 날이 좋을때만 가야하는 곳이다.

뭔 돌덩어리가 흘러오냐 ㅋㅋㅋ

넘 안타까운사고네요 ㅠ ㅠ. 돌아가신 분들 명복을 빕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때 사고관련기사가 이거같은데 맞을까요??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28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