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까지
엄마는 아빠욕을
아빠는 엄마욕을 나에게 하셨는데.
그냥 이게 일상이니까 덤덤했어.

남한테도 안쓰는 욕을 서로에게 하고.
그러다가 내 눈 앞에서 엄마에게 달려들어
엄마 얼굴을 싸대기를 힘껏 풀스윙으로 때리면
엄마가 슬로우 모션으로 넘어지셨지.
내가 어느사이에 아빠 난닝구를 잡고 당기면서 하지말라고 해도
아빠는 쓰러진 엄마를 발로 차고 다리를 뭉개버릴듯이 밟으셨어.
힘껏 당겨서 낭닝구가 우드득 찢어지고 아빠가 잠시 멈칫할때 엄마는 재빠르게 일어나서 아빠 얼굴을 힘껏 할퀴고 바로 현관으로 가서 집바깥으로 도망갔지.
찢어져서 넝마가 된 낭닝구를 입고
얼굴에 핏줄기를 흘리며 흰자위가 빨개는 아빠는
저 년 죽인다고 했어.
내가 말리고 앉아서 아빠가 엄마욕을 할때 같이 맞장구를 쳐줬지. 그러면 아빠는 엄마를 잡으러 안가거든.
그렇게 새벽2시정도까지 욕을하다가 잠이 드시면, 엄마찾으러 나갔어.
엄마는 다행히 멀리 안나가시고 항상 아파트를 맴돌곤 하셨지. “엄마!”하고 팔짱을 끼면
그때부터 아빠욕을 시작하셨어. 18은 기본이고.
3시반~4시경에 집으로 달래서 들어가서
엄마는 안방에 눕혀놓고 그제야 잠깐 눈을 붙였어.
7시가 되면 학교를 가야하니까 눈을 떴고.
그렇게 싸운날은 도시락이 없었거나 그냥 맨밥에 김이었어 ㅎㅎ저녁도시락은 없었지.
그래서 학교가 나에겐 도피처였어.
야자까지 밤9시에 끝나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아주 무겁곤했어.
오늘은 안싸우기를.
싸웠더라도 엄마가 집에 있기를.

공부를 꽤 그럭저럭했기때문에 학교에서 날 이대나 연대로 보낼려고 했었어.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지만 그게 내 기회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빠와 사촌오빠들이 결사적으로 말리고, 엄마는 불화가 크게 생겨나는 걸 원하지 않으셨어. 그대로 난 대구에 머물렀지.

지금 아빠는 작년에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엄마는 아빠 흉을 보고 아빠 친척 흉을 봐.

이게 내 업보인가봐

아. 그리고 항상 엄마는 나에게 그러셨어.
“널 임신했는데 아빠가 혼인증명서를 안써줬다고.
그래서, 엄마는 내가 태어날때까지도 법적으로는 미혼이었다고.
그리고 내가 태어났을때 아빠는 안왔다고.
ㅎㅎㅎㅎ
엄마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너가 팔삭동이라고.
그냥 좀 그렇더라고.
그랬었어.

그래도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마음을 헤아려주려 했던 따뜻한 마음씨가 참 대단하고 대단합니다
맑은 날씨만 보여주는 멋진 어른이 멋진 부모가 되실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