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새2025.12.25 09:08
황은탁 교수는 땀으로 젖은 셔츠를 재킷 안으로 감추며 대학교 총장실 문을 두드렸다. 복도 끝, 앤티크한 가구와 고급 카펫으로 장식된 총장실은 밖의 연구동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풍겼다. 그는 조심스럽게 특수 제작된 운반용 인큐베이터를 들고 들어섰다. 그 안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백색 레그혼 닭 한 마리가 미세한 전기적 떨림과 함께 갇혀 있었다.
총장, 강대현 박사는 고개를 숙여 서류를 보다가 황 교수를 맞이했다. 강 총장의 날카로운 눈빛은 연구 실적보다 재정 건전성에 더 관심이 있다는 듯 보였다.
"황 교수, 바쁜 연말에 무슨 일인가? 자네의 '황은탁 에너지'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나?"
"총장님, 사실… 지금 제 앞에 있는 것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닙니다. 하나의 위기이자, 하나의 기적입니다."
황 교수는 인큐베이터를 총장실 중앙의 묵직한 오크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내부의 닭은 마치 미약한 아크 원자로를 품은 듯, 아주 희미한 푸른빛을 주기적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총장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가까이 가져갔다.
"이 닭은 뭔가? 생체 실험의 시작인가?"
"시작은 불행하게도 실수였습니다. 총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 연구팀은 2대에 걸쳐 생체 전류를 증폭시키는 신 에너지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문제는… 제 조교가 그 지시를 너무 과하게 해석했다는 겁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 닿아도 안전한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닭이 시료를 집어삼켜버렸습니다."
총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닭이 집어삼켰다? 그래서? 당장 목을 비틀면 되는 일 아닌가?"
"그럴 수 없습니다, 총장님. 이 물질은 단순한 화학 물질이 아닙니다. 생명의 미세한 전류를 증폭시켜 심장을 영구적인 동력 장치, 즉 아크 원자로와 유사한 발전기로 바꿔버립니다. 이미 이 닭의 심장은 연구의 결과물 그 자체입니다. 닭이 죽는다면, 2대에 걸친 연구 결과도 함께 사라지는 겁니다."
황 교수는 숨을 골랐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더 기가 막힌 아이러니는, 이 닭이 만들어내는 전류가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무한한 동력을 얻는 것이 목표였지만, 현재는 닭을 만지면 가끔 따끔거릴 정도의 미세한 전기만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닭의 심장이 만들어낸 열과 전류로 인해 이 닭이 서서히 내부에서 익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총장의 눈이 커졌다. "서서히 익어가? 등록금을 들여서 전기 통닭구이를 만든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 닭을 살려야 합니다! 이 닭에게 맞는 적절한 전압으로 낮추는 '튜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시간과 막대한 연구 자금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당장 학생들의 등록금 중 일부를 이 사태 수습에 투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총장은 테이블을 쳤다. "학생 등록금으로 닭을 살린다고? 황 교수, 미쳤나?"
"아닙니다, 총장님! 저는 오히려 이 사고가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다음 단계는 생체 실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종이 위의 이론이 아닌, 살아있는 원형(Prototype)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황 교수는 인큐베이터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상상해 보십시오. 먹지 않아도 되는 생물. 만약 이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심장이 멈추지 않는 영구적인 동력 장치, 전 세계 식량난과 에너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가치의 기술입니다. 지금 이 닭은 단순한 닭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살아있는 발전기입니다."
"우리는 이 닭을 살려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완벽하게 안정화해야 합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피카츄 치킨돈까스 프로젝트'**라고 명명했습니다.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생명체라는 핵심을 담았습니다."
강 총장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인큐베이터 주위를 천천히 돌며 닭을 관찰했다. 닭은 여전히 미약하게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미약하지만, 꺼지지 않는 희망의 빛처럼.
"피카츄 치킨돈까스라…." 총장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번졌다. "황 교수, 자네의 설명을 듣고 나니 당장 이 닭의 목을 비틀어야 할지, 아니면 이 괴물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해야 할지 혼란스럽군.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네. 이 닭이 우리 대학을 전 세계 지도에 올릴 수도 있겠어."
그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황 교수를 바라보았다. "좋네. 자네의 설명대로, 이 닭을 **'보존하고 튜닝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자원 계획을 제출하게. 단, 명분은 확실해야 하네. 사고 수습이 아닌, 미래 에너지 선점을 위한 특급 연구 개발로 포장할 걸세. 이 기괴한 닭이 정말 우리 학교를 먹여 살릴지, 아니면 나를 해고당하게 할지, 한 번 지켜보겠네."
황 교수는 안도감과 동시에 엄청난 무게감을 느꼈다. 닭이 만들어내는 미약한 전류처럼, 불안하지만 강력한 프로젝트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인큐베이터 속 닭은 다시 한 번 희미하게 푸른빛을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