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243778No.353012021.07.24 08:30

나는 네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좀 이상한지, 나이를 적당히 먹었음에도 길게 이어지는 성공적인 연애가 없었고.

그렇게 사랑을 찾아헤매며 살포시 내려 앉은 자리가 너였다.

너와 함께한 많은 것들이 내게는 처음이었고.

그렇게 그다지 길지 않은 연애도 내게는 처음이라는 의미가 깃들어있었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라, 네게 메신저로 이별을 통보당했음에도 나는 네가 나를 걱정할까 걱정했다.

그 좋지않은 몸이 행여나 아프진 않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이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우리가 서로 너무나도 맞지 않는다는 건 아마 둘다 진작에 알고있었고.

아직 우리가 사랑하니까. 만남을 지속했다.

사랑이라는 연료가 다 타버린다면 헤어지는게 당연했다.

다만 너가 먼저 사랑이 식어버린거겠지. 이렇게 빨리 식을줄은 몰랐지만.

나는 아직 너를 좋아하는지 매일 밤 네 꿈을 꾼다.

꿈속에선 여전히 나는 네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는 것을 좋아했다. 너와 눈을 맞추고 웃자 너도 나와 웃음을 맞췄다.

왜 메신저로 이별을 통보했냐고 내가 삐지자 너는 미안하다며 내 눈치를 보았다.

여전히 사랑하는 것처럼.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화가 사르르 녹았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나는 네가 왜 사랑이 식은지 모르겠다. 헤어지자는 두줄짜리 메시지는 내 상상력이 나를 깍아먹기에 충분히 짧았다.

너가 나를 사랑했던 모습이, 우리가 서로 사랑하던 모습이, 어쩌면 나 혼자 우리가 사랑했다고 생각하던, 모습이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우리는 어디를 가던 손을 꼭 잡았다.
서투르게 내가 좋다며 표현하며 부끄러워하던,
내가 어디론가 사라질까봐 무섭다며 울며 안아달라했던, 그런 너를 꼭 안아주고 아무 말 없이 몇 시간 동안 온기를 나누던,
늦은 밤에 바닷가에 가고싶다던 너와 차를 타던,
너가 방방뛰며 귀엽게 나를 올려다 보던 모습도 나는 정말 좋았다.

그 모든게 정말 쉽게도 이렇게 바래질 것이었나보다.

이렇게 카톡 두줄로 정리될,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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