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고 수술기 (1)

413525No.382582022.01.06 18:41

평생 내 돈고가 * 모양인 줄 알고 살았으나
치질 3기 후반 이라는 이야기에 호들짝 놀라
수술 날짜를 잡고 엊그제 드디어 수술 함.

수술예정시간 두시간 전에 오라기에 갔더니
환복 부터 각종 서류 서명 그리고 내 돈고를
연구에 활용해도 괜찮냐는 동의서에도 서명.
인류의 항문의학 발전을 위해 동의했다..

슈프림 로고가 박혀있는 간지나는 짐가방 하나
주더니 내 짐들 여기에 다 집어넣고 입원실로
따라오라길래 예쁜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곳에서는 모든 동 들이 철저히 통제 되었다.

차분하게 관장약을 가져온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관장 후 5분+ 화장실 타임 5분의 시간을 나에게 주었다.
관장하고 5분 동안 온세상 중력을 나 혼자 받는 듯이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1분 정도가 남았을 무렵에는 시야가 흐릿해지고 어느새 화장실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정확히 10분 뒤 나갔던 간호사가 들어왔다.
타이머 안맞춰놨으면 서로 큰일 날 뻔.

수술 전 마지막으로 진료실에서 원장님에게 수술 진행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거의 TV보험 광고에서 약관 설명하는 속도로 쏟아내듯이 브리핑을 하시는데 사실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싶은 생각이 들때 쯤..갑자시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죠? 하는 원장님의 반문에 호들짝 놀랐다. 독심술을 하시나..

팔에 링겔을 주렁주렁 달고 수술실로 이동하는데
간호사가 수면마취로 진행할 꺼고 걸어서 들어갔다가 걸어서 나온다고 했다.

이것도 수술이라고 수술실에 옆드려 누우니
꽤나 긴장됐다.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는 거지..
생각이 들 때쯤 어느샌가 다가온 원장님이
물었다.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나 싶죠?
역시 독심술을 하시는 것 같다.
대뜸 나한테 주량을 물어보시길래 한 반병 정도..
라고 대답 했더니 음 충분히 잠들겠네요 라고..
마취약은 그렇게 쓰는게 아닐텐데 돌팔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눈을 뜨니 병실이 었다.
이상하다 걸어나온 기억이 없는데..
내 돈고와 돈고를 품은 꿍뎅이는 철저히
봉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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