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임영웅한테 고마움ㅋㅋㅋㅋㅋ

600218No.396642022.04.02 00:43

엄마가 결혼하고 진짜 너무 고생 많이 하시고

딸 결혼한 지금도 나 어렸을때 집 말아먹고 직장도 관두고 이제까지 무직상태인 무능한 아빠 먹여살리신다고 60대에 식당에서 일하시는데

딸인 나도 크게 성공은 못했고 자기 가족 챙긴다고 바빠서 생신때 현금 선물 드리는거 말고 뭐 따로 챙겨드리는게 없었음

근데 얼마전에 임영웅 덕질을 시작하셨다.

단톡방에 수줍게 임영웅 팬이라고 선포하시고는

늙어서 주책이냐고 하시길래 아니라고 엄마 취미 생긴거같아서 기분좋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후로 간간이 노래 들어보라고 유튜브 공유를 하셨는데

난 엄마가 유튜브 공유를 할수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어제

임영웅 정규앨범이 나왔다면서 무려 종류별로 예약해달라고ㅋㅋㅋㅋ 하시면서

일하시는곳 동료분들한테 딸한테 선물받았다고 자랑하고싶다고 하시는데

엄마가 나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요구하신게 처음이었다.

늘 선물은 주는사람 마음이라고 살거없으면 현금으로 줘도돼~ 하셨어서 무의식중에 엄마는 크게 원하는건 없으신가보다 했었다. 근데 저런 요구를 받으니까 왠지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도 이제까지 갖고싶은게 있어야했는데... 갖고싶은게 뭔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으시다가 이제야 생긴거구나

듣자마자 바로 예약사이트 갔는데 일반판은 샀는데 한정판이 종료됐다고 떠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꽤나 아쉬워하는 눈치셨다. 그런데 다른데 들어가니까 수량이 남아있어서 얼른 사고 캡쳐해서 말했더니

진짜 너무너무 소녀처럼 좋아하시는데 그러면서도 괜히 주책이라 미안하다시길래

절대 아니라고 딸인데도 엄마미소 지어지는 느낌이라고 하니

그제야 안심하시면서 내일 엄청 자랑할거라고 기분 날아갈거같다며 행복해하시더라

솔직히 나는 성격상 덕질을 한다거나 같은 앨범 두개 사는걸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엄마가 이렇게나 좋아하는걸 보니까 괜히 임영웅한테도 고마운 마음이 들고 ㅋㅋㅋㅋㅋㅋ 엄마가 덕질도 오래오래 신나게 하시고 나한테도 많이많이 의지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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