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하는데.

327180No.471522023.08.04 07:12

십년째 주부로 사는 중
애들 키우려니 외벌이로는 쉽지 않아서
뭐라도 해야하는데 하며
허송세월만 보내는 중.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 같고
나만 낙오자 인 것 같고
도움 안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내 자신이 한심하고 끔찍한데

그렇다고 또 뭘 시작할 용기는 없어서
구직 사이트만 기웃거리는 중.

아직 애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애들 봐줄 사람 없다는 핑계로

나를 방치하는 기분이 들어
한심하고 게으르다고 자기혐오만 잔뜩.
하루 하루가 죄책감으로 가득.

이런 나를 어디에 털어놓을 곳도 없어
무거운 마음 안고 끝없이 밑으로 가라앉으며
하루 하루 시간 가는대로 살아지는 중

내 뜻대로 살아가던 삶이 그리워도
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고
내 모든 상황이 요행으로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중


한심하다 정말
난 왜 이럴까

좋은 사주를 타고 났다던데
좋은 이름을 지어 줬다던데

정작 나는 그것들과는 거리 먼 삶을 살고 있네

사십대부턴 대운이 들어온다던데
그것도 뭘 해야 들어오는 거지
가만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건데


난 그걸 알면서도 그냥
허송세월만..

핑계대지 말고
변명하지 말고
내 할일 열심히 하고
애들도 잘 키우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용감하게 떨쳐내고
용기내서 나아가
죽은 물고기처럼 썩어가는 인생 말고
꽃밭을 걷는 삶을 살고 싶다

시간 가는 대로 그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진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


이 글의 끝에 또다시 고개를 쳐드는
나를 주저앉히는 불안과 두려움의 목을 베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몸은 정지되어 있어
그 넓은 간극에서 오는 좌절감과 불안감이
오늘도 나를 짓누른다.


정말 삶이 버겁다..
좋아요 0 0
이전131132133134135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