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때 할머니가 엄마를 너무 괴롭혀서 무일푼으로 엄마를 데리고 집에서 가장 먼 도시로 야반도주 하신 우리 아버지. 몇일간 노가다를 하며 모은 돈으로 리어카를 사고 무작정 아무 가게나 들어가 리어카 한가득 외상으로 빌려주면 다 팔아다 주겠다고 하셨단다. 허생이냐고.. 모두가 거절했지만 계란가게에서 흔쾌히 허락하셨고 아버지는 그걸 진짜로 매일 다 팔아버렸다. 밑천을 마련하고나서는 매일 새벽 한살 네살인 누나와 나를 엄마와 하나씩 짊어지고 공판장을 돌며 농산물을 사다 파셨다. 사글사글하고 사람 좋은 인상에 너스레가 좋은 부모님은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재능이 있었고 1년도 안가 가게도 차리셨다고 한다. 가게 물건은 매일 품절이 되었고 모든게 잘 되어가던 무렵 내가 심장병에 걸리는 바람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병원비가 부족해 할머니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아버지는 하루에 2시간도 못자고 전국을 돌며 일을 했고, 엄마는 내 간호를 하며 다시 시작된 할머니의 괴롭힘을 참아야했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진 누나는 외갓집에 맡겨졌다. 당시 나는 5살이었는데 8kg이었다. 너무 약해서 수술도 불가능 했다고 한다. 의사가 포기하라고 했지만 부모님은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하지않겠내고 의사를 설득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너무 잘돼 손대지도 못한 합병증까지 완치가 되었다. 퇴원 하던 날 어머니가 먹고싶은거 다 사주겠다고 하셨지만 통닭 사줄 돈은 없었던지라 짜장면을 사주셨다. 나는 짜장면을 먹고 엄마는 단무지만 드셨다. 할머니의 괴롭힘이 너무 심했던 탓인지 이번에는 어머니가 암에 걸리고 말았다. 지금은 완치되어 건강하게 골프도 치러 다니시고 하지만 당시에는 길거리에 주저앉은 터라 투병생활 중에도 아버지를 따라 일을 하셨다. 그런 형편을 아는지라 누나와 나는 일찍 철이 들었고 군것질 하나 안하고 옷한벌 사달라고 안했다. 옷은 쓰레기통에서 주워와서 이모가 리폼해준걸 입었다. 학용품은 친구가 쓰던걸 얻어다 쓰고 문제집도 휴지통에서 주워서 지우개로 지워서 썼다. 하루에 50원 200원 이렇게 받았던 용돈까지 모두 저금했다. 수학여행때도 부모님 선물로 한라봉 한박스 사는데 5천원을 쓰고 나머지는 다 저금했다. 중학교때 740만원을 모았다. 그무렵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내셨고 집안은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수완 좋은 부모님은 금새 다시 일어섰다. 내가 모은 돈은 사업 밑천으로 들어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자가용을 샀다. 꼬질꼬질하고 여기저기 찌그러져 녹슨 중고 트럭이 아니라 최신형 suv였다. 우리는 한 겨울에 휘발유 값이 아까워 시동도 켜지않은 차에 다같이 타서는 한시간을 앉아있었다. 아버지는 신나서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셨고 다들 기분이 들떠서 차안은 온기로 가득차 창문은 하얗게 변했다. 창문에 손가락으로 산이며 강이며 파라솔 같은걸 그리며 여행을 가는 상상을 했다. 그 차는 20년 가량을 달렸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무렵에 90만 킬로를 달렸을 정도로 혹사당했던것 같다. 얼마전 그 차를 폐차했다. 몇번이고 무너저내린 집안이 몇번이고 다시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 안고 버티고 나아갔던 상징같은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지거나니 눈물이 나더라. 할이버지 할머니 돌아가셨을때도 한번 안울던 놈이 우니까 아버지도 같이 우셨다. 쓰다보니 너무 길다. 끝

호호통닭집 아저씨 돈쭐 맞았기를

나도 세상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건만 세상엔 언제나 '나'보다 힘이 들고, 힘들게 살아왔고, 그걸 극복 해낸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아재요 나도 아재도 이걸 보는 다른 사람들도 고생 많으셨지예
이제라도 힘든일 없이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