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경찰은 저런 사건 제대로 수사 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일로 더 바쁘시겠지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전에 병원 주차장에서 누가 제 차를 긁고 가서 제 블랙박스를 돌려보니 옆 차가 나갈때 화면이 옆으로 살짝 움직이고(제 차가 밀린거죠) 옆 차도 잠깐 멈췄다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걸 확인했습니다.
블박 영상 들고 상대차 번호까지 적어서 경찰서 신고 접수했습니다.
1. 화면이 잠깐 흔들린 것 뿐이지 정확히 박았다는 증거가 없답니다. -> 아니 그럼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 블박 화면이 왜 잠깐 흔들립니까. 마침 제 옆의 차가 제 차 쪽으로 꺾으며 나갈 때 말이죠.
2. 상대 차는 파란색인데 제 차에 남은 흔적은 빨간색이라 그 차 아닐거랍니다 -> 인터넷으로 접촉사고 관련글을 몇시간 뒤져보니 '파란색 포터와 부딪혔는데 빨간 색 도장이 묻었더라.'하는 글이 있었습니다. 캡쳐해서 담당 형사에게 보냈으나 케바케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3. 그럼 가해차주 신변은 확인했냐 했더니 통화 했답니다. 나이도 있으시고 그럴 분 아니랍니다. 여기부터 좀 이상합니다. 그럴 분 아니라고?
4. 저는 수시로 병원 주차장의 내차찾기 시스템 기계에 가해차량 번호를 조회해보았습니다. 다음다음날 그 기계로 가해차량이 병원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끝내 가해차량을 찾아냈습니다. 예상지점에 긁힌 자국이 있더군요. 줄자로 제 차에 나있는 자국과 높이까지 대보았습니다. 맞습니다.
너무 길어서 2탄은 다음 댓글에...

이따 써야지 하다가 까먹고있었습니다!
5. 가해차량에 있는 번호로 전화하려다 이미 경찰에 사건접수한 상태이니 우선 담당형사에게 먼저 전화했습니다. 이러이러해서 가해추정차량 찾았는데 이건 내가 알아낸 신상정보이니 전화해도 되는거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전화해도 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당신들이 제대로 수사도 안 해주고 상대 차주 연락처도 알려주지 않아 내가 기어코 찾아냈다.' 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그랬더니 그건 알아서 하랍니다.
6. 그래서 당장 가해차주에게 전화해서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좀 내려와보시라 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차주를 기다리는데 담당형사에게 전화가 옵니다. 이리로 오고있답니다. -> 그래서 그럼 오시던지요. 라고 했습니다.
7. 나이 지긋한 차주가 내려옵니다. 처음엔 자기가 안 했답니다. 그래서 이 긁힌흔적은 뭐냐고 했더니 자기도 언제 생긴지 모른답니다. 자기 목사이고 거짓말 같은 거 안 한답니다. 이젠 좀 화가 납니다. 그래서 저도 세게 나가기로 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보는 앞에서 녹음버튼을 눌렀습니다. "지금부터 녹취합니다. 몇월몇일 몇시몇분에(블박을 하도 돌려봐서 외웠습니다) 차 빼다가 내 차를 긁으신 것 같다. 차가 흔들리는 거, 바로 멈칫하신 거, 그리고 바로 가버리신 거 다 찍혀있다. 정 안했다고 하시니 나는 이제 경찰들 오면 차 두대 다 바로 공업사 입고시켜서 도장면 까진 거 대조하자고 할 거다. 정말 안 박으셨냐?" 라고 물었습니다.
8. 그랬더니 뭐 자긴 모르겠는데 자기가 했을 수도 있으니 그럼 물어주겠다고 합니다. 안주머니에서 만원짜리 30장이 들어있는 은행봉투를 꺼냅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우겨보다가 안되면 내밀려고 뽑아왔나봅니다. 그러더니 이런 일에 경찰은 뭐하러 불렀냐고 합니다.
-이제 반전 있습니다.- to be contined

9. 그러더니 갑자기 대뜸 ㅅ경찰서에 전화를 합니다. 거긴 제가 사건접수한 경찰서입니다. 전화하더니 "나 ㅇㅇㅇ경목인데, 그 지금 ㅅ병원으로 오고 있는 형사 전화번호 좀 알려줘." 그럽니다. 경찰서 대표번호로 전화한거 같은데 그쪽에서 뭔 소린지 당연히 못 알아듣습니다. 연신 "나 경목이라고"를 반복합니다.
10. 듣다듣다 답답해서 제가 전화 걸어드려요? 라고 했더니 그래달랍니다. 저는 담당형사 명함도 받았고 통화도 여러번 해서 휴대번호를 알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제가 전화 걸어서 바꿔드립니다. 그랬더니 받자마자 또 "나 경목인데"로 시작합니다. 여기 일 잘 마무리 됐으니 오지 말랍니다. 그랬더니 그 형사가 저를 바꿔달라고 했는지 다시 저에게 전화기를 줍니다.
11. 전화를 받으니 형사가 잘 마무리 되신거죠? 합니다. 그래서 박으신거 시인하셨고 수리비 30만원 받았다. 그런데 좀 너무하신 거 아니냐. 계속 경목 경목 하시는 걸 보니 뭐 경찰목사 그런 건가본데 그래서 일부러 봐준거냐. 그러실 분 아니라는 말이 이 뜻이었냐. 증거 다 찾아서 직접 들고 정식 접수한 사건 처리를 이렇게 해도 되냐. 했더니 뭐 바빠서 그랬답니다 죄송하답니다.
12(끝). 경목이라는 게 있는지도 처음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형사는 가해차주와 통화했는데 가해차주가 경목이고 자기가 안 했다고 하니 그냥 아닌 걸로 넘어가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잘잘못을 떠나 형사도 저도 피차 바쁜 사람들인데 더 번거로워지지 않기 위해 민원을 넣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마지막 통화 때 좀 속 시원히 말한 걸로 기분은 풀렸습니다. 그리고 30만원 받은 걸론 범퍼 도색 하고 뭐 몇 만 원 남았던 걸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