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장몸부림[수정] 01-26 20:20 01-26 19:54
20살.
왠지 모르지만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의 신발을 구경하는게 좋았다.
분주히 들어와서 제각기 서 있는 모습들..
창밖을 보는 저 사람은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까?
간식 봉투와 함께 퇴근중인 저 아저씨의 발길 끝엔.. 아저씨가 보고싶은 가족들이 웃으며 반기려나..?
예쁘게 치장한 저 아가씨는 사랑하는 이와 행복하다가 돌아오는 길인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나는 그들이 되어보기도 했고 또 미래를 꿈꾸기도 과거를 회상해보기도 했다.
음저협에서 신고하며 저작권료를 걷어가기 이전엔 거리에 항상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 노래 하나 하나에 장면 하나 하나가 서린다.
슬픔은 없을 것 같아요~ 우산 없이 비오는 거리를 걸어도~
종로 3가 어느 출구 거리에서 항상 나오던 노래..
그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였다.
아시는분이 등록해주신 종로 영어 학원엘 다니던 때였다..
난 좀 처럼 학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학원이 마치면 반 사람들은 모두 모여 잡담을 나눴지만.. 나 만큼은 혼자 고시원에 돌아가기 바빴다.
그러다 몇주 뒤였을까?
어떤 계기로 홍일점이던 여자아이와 말을 나누었고
그 아이에게 장난도 곧 잘 쳤다.
내가 장난을 좋아했다.
그 여자 아이는 내 시시콜콜한 잡담에 눈을 반짝이며 경청하고 들었다.
내가 학원마치고 용산에 간다하면 같이 가자며 따라와서는 밥도 사주었고..
매 점심마다 식사량이 많은 날 위해 공기밥 반을 덜어주었다.
학원을 마치고 학원의 학우들과 술집엘 가면 그 여자아이는 항상 내 옆에 앉았다.
무슨 할말이 많던지 그때 난 말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어떤 감정이 들면 그 감정 그대로 말이 나왔나보다..
그땐 너무 순박해서 몰랐지만.. 그 여자아이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1달간의 학원 수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학우들과 다 함께 술을 마셨다.
12시가 넘고 밤이 깊자 여자아이의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걱정하고 계신 부모님이였다.
그 여자아이는 새벽 5시까지 집에 가질 않고 계속 술을 마셨다. 난 형들에게 정신이 팔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일어서서 가야한다고 했다.
난 잘 가라고 했다.
근데 그 아이의 발 걸음이 좀 처럼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형들이 나보고 뭐하냐고 데려다 주라고 했다.
그 아이와 나란히 걷다 어깨가 닿았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심장이 뛰고 마음이 아리기까지 했다.
아무튼 그렇게 택시까지 걸어 그녀를 바래다 주었다. 택시 문을 열고 그 아이는 한참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이제 못본다는 생각에 뭔가 아련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얼마 뒤.. 학원을 보내주셨던 그 분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그 여자아이에게 실수해서 일을 저지른건 아닌지하는 너무 앞선 걱정을 하셨다.
그 분은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그 여자 아이가 내 번호를 묻더랬다.
부담스러웠다. 그녀를 보고싶긴했지만..
곧 미국으로 떠나는데 서로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 번호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
당시 거리에서 항상 나오던 노래..
서영은 \\\'내 안의 그대\\\'를 들으면 아직도 처음 느껴본 그 설렘이 마음에 퍼진다. ㅎㅎ
순수했고 어렸던 그날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