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96년생 저에게 두번째 차압딱지가 붙을 것 같습니다.

521086No.346372021.06.16 19:02

안녕하세요 개드리퍼여러분

96년생 핏덩이가 도움을 구하고자 갖은 직장인분들이 다 계시는 개드립에 가입하여 글 한번 올려봅니다.

긴 글인 점, 요 며칠 감정이 격앙되어 글에 두서가 없을 수 있는 점 미리 양해 말씀 드리면서 시작해볼게요.


어제 (6월 15일)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까 오랜만에 휴일이신 아버지가 식은땀을 흘리시면서 줄담배를 피우고 계셨습니다.


그 정도로 당황 한 적이 없으신 분인데 놀라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묻고 보니 그 옆에 법원에서 온 서류뭉치가 들어있더라구요.


빚 독촉장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청천병력이었죠...


저희 집엔 제가 아주 어렸을 적 부터 빚이 있었습니다.


큰아버지가 저희 아버지를 보증인으로 하여 돈을 빌리셨습니다. 물론 보증을 서게 해서도 서서도 안되지만 이건 이미 일어난 일이니


넘어가도록 할게요.


당연히 돈을 갚을거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다르게 사업실패(너무 어렸을 때라 사업실패였는지 아니면 갚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그 대출금은 그대로 빚이 되었고 그 보증인이었던 저희 집에는 차압딱지가 붙게 되었습니다. 당시 8살이었던 저는 지금도 학교에 다녀오니 컴퓨터나 전축에 붙어있던

딱지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 전축은 그 빨간딱지 부분만 떼어낸 체 지금도 사용하고있어요.


그 당시에는 너무나 어려 차압이 뭔지 어머니가 왜 울고계신지도 모르는 채 살았습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둥 며칠 있으면 집에 가정살림을 다 뺏으러 올거라는 둥의 이야기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찌어찌 시간이 지나 아버지의 말로 표현못할 노력으로 문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빚은 남았지만 집이나 가정살림이 경매에 넘어가는 일만은 막으셨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어머니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큰 병을 앓으셨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보필하시며 저와 저희 누나 자녀 둘을 키우시는데


어찌보면 그 빚보다도 더 큰 짐을 짊어지신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쯔음엔 저도 10살 쯔음 됐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부터는 보증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얼마나 우리집을 힘들게 하는지 이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옛날 얘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긴 글 지루하실 텐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위 일에 결론부터 말하면 저희 어머니는 병과 싸우시다가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감기로 시작해서 스트레스성 심장질환이라고만 알고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저희 가족은 너무나도 가슴아팠지만 슬픔을 닦아낸 뒤에 남은건 그런대로 순탄한 길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더이상은 다달이 나갔던 수백만원의 병원비를 저희의 생활비로 돌릴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에서야 담담히 말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빚에대한 독촉도 없었고 병마에 의한 우환도 없었기때문에 그저 세명에서 악착같이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저도 저희 누나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취업을 하여 지금까지도 열심히 취업전선에서 뛰는 중입니다.


비록 아버지는 신용불량자가 되셨지만 작년에 대출금을 포함하여 제 명의로 아파트를 산것을 보시고는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라며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셨어요.


어쩌면 마음으로 우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월급을 모아 세탁기나 냉장고, 정수기 처럼 몇십년 된 물건들을 차근차근 새 제품들로 구매했습니다.


다 차압딱지가 붙어있던 물건들이었어요 물론 열심히 떼어냈지만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그 시절이 생각나는게 너무 싫었거든요.



가장 최근에 바꾼게 이번 주 월요일에 구매한 정수기 인데 정수기 카탈로그를 보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이제 우리도 누릴 건 누리면서 살자." 라고 하신 말씀에 아직까지도 그 때에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어제.


이제와서 그 빚이 우리에게 또다시 찾아와서 저희를 괴롭히려고 합니다.


제가 전해듣기로는 아버지는 지난 10년 이상의 세월동안 몇번이나 큰아빠에게 찾아가서 물어봤다고 해요.


이 빚은 대체 언제 갚을거냐고... 아니 갚기는 할 거냐고..


그 때마다 큰아버지는 그걸 왜 갚냐고 그게 얼만 줄 알고 갚냐고


독촉도 안 들어오니까 그냥 잊어버리고 살라며 오히려 역정을 내셨다고 해요.


지금으로부터 한 3년쯤 전에... 그러니까 제 명의로 아파트를 구매하기 전에는 당시 23살이었던 저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서 모아놓은 돈이 좀 있었어도 한 2,000만원 정도 됐죠.


그래서 문득 저녁을 먹다가 아버지한테 물었어요


"아빠 남은 빚이 얼마야? 확인해봐서 갚아버리자 아빠도 이제 신용불량자 벗어버리고 속 시원하게 살아야지"


당시에 아버지는 잊고지내던 상처를 보이는 것처럼 갑자기 무슨소리냐며 그 돈을 네가 왜 갚냐고 화를 내셨지만


이내 큰 아버지에게 상담하러 가셨던거 같아요.


그 얘기를 하고 며칠 뒤에 저한테 얘기를 해주시더라구요.


큰아버지에게 가서 빚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수 있냐고 물어봤대요. 요즘은 컴퓨터로 검색해보면 신용조회 사이트 등을 통해서 알 수 있을테니까요.


그랬더니 큰아버지가 또 역정을 내시면서 허튼 짓 하지말라고 인터넷으로 신용조회 하는 순간 그 놈들이 네가 돈 갚을 여력이 있구나 생각해서 당장 쫒아올 거라고 겁을 줬대요.


왜 조용히 살면 될 일을 또 벌일려고 하냐면서요..



거기에 덜컥 겁을 먹은 저희 가족은 빚이 얼마인 줄도 모르는 채로 또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어제 이 죽일놈의 그림자가 기어코 저희 가족을 따라잡았나봐요.


서류를 받고 2주내로 5,800만원(5,800얼마라고 써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나요 죄송합니다.)의 연 9%를 내놓지 않으면 차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하루가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덤덤하기도 해요.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싶어서요.



빚을 어떻게 하면 안 갚고 도망갈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여기 글을 올리는게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열불나는 이야기가 시작될거에요.


저희는 이 돈을 갚기로 했어요 15년 전에야 저와 누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포함해 3명이 다 일을 하고있으니까요.


달달히 50만원,60만원씩 갚아나가다 보면 10년 뒤에 아버지는 이 징그러운 빚더미에서 해방되어 빛으로 나가시는 거잖아요.



어찌보면 저희 가족이 넘어가야 할 마지막 산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시련인거죠.



아버지는 저와 대화중에 줄담배를 3대를 피우시더니 서류를 들고 큰집으로 가셨어요. 돈은 갚겠다. 다만 큰집도 어느정도는 짊어져야 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러 가신다고 하셨어요.



큰 집에 가기 전에 법무사무실? 이라는 곳을 먼저 다녀오셨는데 이번 차압대상이 어쩌면 제 명의로 되어있는 아파트까지도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



큰아빠 그러니까 자기 형이 동생은 빚쟁이 신용불량자로 만들었어도 사람이면 조카까지 그렇게 만들진 않을거라면서 저는 집에 두고 혼자 가셨어요.



6시 쯤 나가셔서 11시 쯤 들어오신 아버지는 저한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자기가 보증을 선게 큰 아버지만이 아닌 것같다면서요.


여기서부터는 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인데 팩트체크가 되어있는 이야기는 아닌 점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그 때 당시에 싸인을 해줬는데 그 계약서를 어떤 보험중개인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이 담당해줫는데


그 후 (그러니까 아버지가 없는 자리에서) 술판에서 그 아버지 이름으로 보증인이 되어있는 계약서를 복사를 해서 16명이 나눠가졌대요.


그래서 아버지 신용조회를 해보면 그 16명의 보증인이 다 아버지로 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거에요.


저희는 큰아버지 뿐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15명의 빚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큰아버지가 그러셨대요.



저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아버지도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였대요.


분노와 배신감을 넘어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이긴 한지가 먼저 궁금했어요.


그게 무슨소리냐고 되물어봤는데 그 당시에 술에 쩔어있어서 기억이 안난다고 대답을 피하더래요.



빚 6,000만원? 솔직히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한번만 더 허리띠 졸라매서 갚을 수 있어요.


내가 쓴 돈도 아닌거 피눈물이 나지만 큰아빠인지 애기인지 그 인간하고 절연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저희 가족 3명에서 아둥바둥 갚을게요.



근데 다 갚고 확인해보니까 아직 15명이 남았다면?


아니 애초에 이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빚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죠....


큰아버지는 이번에도 신용조회는 하지말라고 하면서 자기가 아는 변호사가 있다고 빚을 가능한한 줄여보겠다면서 서류를 가져가셨어요.


오늘 중으로 답을 준다고했는데 아직까진 연락이 없네요.




형님들... 저 너무 무서워요. 주변에 법적으로 잘 아시는 분도 없고 도움을 요청 할 방법도 없어서 긴 글 한번 써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중에 이런 경험이 있으시거나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신 분은 부디 댓글 부탁드려요.



이번 빚 6,000만원을 해결했는데 큰아빠 말마따나 얼굴도 모르는 15명의 빚이 들춰지게 된다면 가족이고 뭐고 소송을 생각하고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 같은 곳에 찾아가서 이 내용으로 상담만이라도 받아보고 싶은데 이런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상담만으로 얼마나 비용이 발생할지 잘 모르겠고 무섭기도해서 우선 여기에 글 올려봅니다.


또 다른 화력 좋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으면 부디 알려주시면 거기에도 자문을 구하러 가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금 감사합니다.

문제시 삭제 하겠습니다. 유머중시의 개드립에 이런 개인사 글 작성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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