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 파업에 관한 글

756763No.436152022.11.29 20:52

저는 조그마한 공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우리 회사 경리과장이 씩씩대고 있더군요.

자꾸 경비를 개인카드나 현금으로 쓰고 청구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더니 장문의 카톡을 회사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대충 내용은 앞으로 이러이러한 지출은 비용인정 안해줄거고 이러이러한 방식으로만 처리해라. 법인카드 아니면 무조건 현금을 쓰고 현금영수증 발행해야 비용 인정 해주겠노라.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누가봐도 화가 난게 보이는 글이었어요.


제가 그 카톡 바로 삭제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딱 한줄만 쓰라고 했습니다. "부득이한 현금지출시 꼭 사업자번호로 지출증빙 부탁드립니다 ^^" 라고 말이지요.

그리고는 경리과장에게, 어떤 상황에서 개인카드나 현금 지출이 일어나는지 파악해 보라고 했습니다.


뭐 뻔하죠. 카드별 한도초과에 걸렸거나, 팀이 갑자기 두개로 쪼개져서 따로 움직이게 되었거나....

잠시 후 제가 예상한 대로 조사결과를 올리더군요.

그래서, 카드 한도는 검토해서 상향이 필요한 카드는 상향시키고, 추가 카드 발급해서 팀장급에게 지급하여 갑자기 팀이 쪼개질때 나눠 쓰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개인카드 경비 지출은 사라졌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자꾸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에는, 그 행동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를 생각해야 하는것이 조직 관리자의 의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아무 이유없이 자꾸만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을 한다면 징계 혹은 해고도 고려해 볼 수 있겠으나 제 경험상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분명 이상한 행동에는 이상한 조건이 전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물 기사들이 파업을 한답니다.
자꾸 한답니다.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때에는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를 먼저 파악을 해 봐야 합니다.


우리같은 서민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지만, 언론과 행정 책임자들은 반드시 해 봐야 합니다.


왜... 그러는지 말입니다.
딸배라고 비하하기 일쑤인 배달기사분들이 신호를 어기고 과속을 하는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건별로 돈을 버니까, 그리고 수입이 많지 않으니까, 무리를 하게 되는겁니다.


만약 기본급 250만원에 건별 인센티브 1,000원 정도만 지급한다면, 기사분들이 목숨걸고 배달을 하려고 하진 않을겁니다. 사람 목숨 다 소중한거고 그분들도 겁이 납니다.


소위 말하는 기득권층들은, 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자격증이건 고시건 뭐건 간에, "정원"을 딱 정해버립니다. 그 이상의 인원이 유입될 수 없으니 딱 그 인원 내에서 나눠 먹습니다.


그런데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무한경쟁의 투기장에 몰아 넣어 버립니다.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죠. 그냥 맨몸으로 링위에 올라가 서로 피터지게 싸워야 합니다. 안전장치 없이 말입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이러한 저소득층, 힘없는 사람들에게 안전장치가 주어져야 합니다.

편의점은 최소 몇미터 이상 떨어져야 허가가 나야하고, 월 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최소 수입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게 안되면, 출혈경쟁이 일어나고, 과속이 일어나고, 과적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주에 잡혀 있던 공사 일정이 모조리 없어져버려 손해가 많습니다.



레미콘이 오질 않으니 건축공사가 중지가 되었고, 타설이 되지 않으니 후속공정인 우리 회사는 할 일이 없어진거죠.



길어지면 저는 회사 직원들 월급만 주고 놀려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저는 화물 운송 기사분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까짓거 한 세달 회사 놀면서 인건비만 나가도 제가 견디겠습니다.



반드시 이기시기 바랍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일하는 기계나 소모품 취급하는 환경에서 우리 일하지 맙시다.


이번에 화물 기사분들이 지면, 다음에는 수익이 도저히 나질 않고 적자가 심해서 입찰부터 포기하면 공사 안한다고 공사 개시명령 내리고 회사 대표들 막 잡아 들일지도 몰라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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