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했던 사람에게

598428No.461142023.05.15 15:38

이혼한 엄마가
기댈곳 없을 때 두말없이 외손녀와 자기 딸을 거둬준 사람

매일 밤낮 없이 뜨개질하고
발품 팔아서 집안을 먹여 살린 사람

큰삼촌 어릴적에 열이 펄펄 끓었을때 제대로 치료해주지 못해 그때 그 후유증으로 병이생겨 영영 장애를 안고 살게해서 죄스럽다는 사람

그래서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사람
정말 한 주도 빠짐없이 성당에 봉사활동을 다니던 사람

좋은 거, 비싼 거, 사치하는 거
전혀모르던 사람
그래서 그게 어떨때는
너무 답답하고 고지식하다 생각이 들던 사람

그런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신지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실감이 안난다.
날은 추웠다가 더워지는데
할머니는 어디로 간걸까,

기댈 곳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할머니 하나 였는데
아직까지 사무치는 그리움보단 이게 현실이 아닌거 같다.

사는게 뭔지,
너무 힘이 들때는 이제 누구한테 응석부려야 하지

할머니,
다음 생애는 좀 더 이기적으로 태어나길,
내걸 좀 챙기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서 예쁨 받고
제대로 된 남자한테 시집가서
이기적이지 않고 돈도 잘벌고
또 아프지 않은 자식들 낳아서 살길,
남들 다 가보는 해외여행도 가고 그래서 비싼거도 한번 사보고
그냥 그냥 정말 뉴스에 나오는 그런 남들 처럼만이라도.

나한테 만큼은 누구보다 소중했던 사람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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