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13년째.

619362No.469512023.07.17 10:53

연애기간까지 하면 15년이네요
연애할때부터 별로 싸우질 않아서 노부부냐는 소리 들으며 연애하고
결혼식은 사정이 안되어서 혼인신고만 하고 지나왔어요.
결혼식은 언젠가 형편 피면 올리자 했었는데 막상 형편 괜찮아지니 이제와서 의미없이 뭘 하냐 싶고 우리만 잘살면 됐지 싶어서 관뒀네요. 남편은 해주려고 했긴 한데 제가 싫다했어요.

진짜 여러가지 일들 많았고 남들처럼 신혼때는 또 싸우게 되더라구요. 생활패턴 안맞아서 싸우고 돈관리 관련해서 싸우고ㅋㅋㅋㅋ 지나고 보니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요.

이젠 누가 툭 던지면 탁 받아줄 정도로 우정도 쌓이고 애도 초등학교 졸업할 나이가 됐는데

얼마전에 같이 버스타고 가다가 귀여운 아기를 봤어요. 비와서인지 노란 크록스를 신고있는데 되게 귀엽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아이 이쁘네~ 우리 애도 어릴때 저거 하나 신겨볼걸.' 하니 남편이 '우린 그때는 이런 여유가 없었지~' 하는데

갑자기 그동안의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면서 후회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더라구요. 정말로 그때에 비해서 우리가 괜찮아졌구나. 그때는 못해준걸 지금은 어느정도 해줄수 있게 됐고 이렇게 될때까지 둘다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서 울컥도 하고 행복도 하고..

유부 되면 사랑이 변하니 식니 의리로 사니 하는데 남편은 여전히 제가 최우선 순위에요. 그냥 제가 무슨 말만 하면 따라하면서 귀여워하고 다 들어주려고 하고, 애한테도 엄마는 맞는말만 한다고 하도 세뇌? 시켜서 애도 별달리 잔소리 하지 않아도 참 착하게 잘 크고 있어요. 오히려 제가 우리집 공주님 대접을 받는중인거같아요 ㅋㅋ

얼마전엔 생일이라 남편한테 별로 비싸지도 않은 가방이랑 신발을 사줬는데, 그것도 오래전부터 준비한게 아니라 며칠전에 생각나서 부랴부랴 주문했는데 받아서 들고신고 신나서 방안 돌아다니는게 너무 귀엽고 행복해서 다음엔 더 좋은거 사줘야지 싶더라구요. 종이 택 달려있는것도 제가 사준거라 안뗀다고 하는걸 겨우 말려서 떼고 ㅋㅋㅋㅋㅋ 그날 저녁에 매일 생일날이었으면 좋겠다길래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지금은 회사인데 갑자기 떠올라서 자랑질 해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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