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참 고달프네요

865729No.482412023.11.04 02:22

십여년째 외국에 살고 있는 워킹맘이에요.
유학으로 왔다가 눌러앉은 케이스죠.
학생때 남편 만나서 취직하고 결혼,
작은 월세집에서 신혼살림 차리고 아이도 낳고..
경제적으로 조금씩 안정되어
드디어 내집 장만하고 이제 좀 살만하니까,
하나 있는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이랍니다…

어릴땐 또래보다 말도 빨리 트이고 가르쳐준건 한번에 기억하고
동화책을 통으로 외우기도 해서 천재인줄 알았어요.
무엇보다 눈맞춤이 잘 되고 잘 웃고 애교도 많고 사람 좋아해서 자폐는 아예 의심도 못했네요.
근데 점점 크면서 핑퐁대화가 잘 안되고 흥미가 제한적이며
어린이집 단체활동시 집중이 어렵고 돌아다니는 경향이 보인다고 하여 3살경 병원에 내원했지만 확진은 못받고 조금 지켜보자 하여 1년간 지켜보다 4세때 다시 내원하여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어요.
현재 치료센터 다니고 있고 식이요법도 진행중입니다.

어제 아이 어린이집 운동회가 있었고 남편은 일때문에 저만 참가했는데 같은 반 아이들이랑 눈에 띄게 행동이 다른 아이를 보면서 보는 내내 너무 속상하고 슬펐네요.

다른 아이들은 얌전히 줄서서 기다리는데 관중석에 있는 저를 보고는 엄마한테 간다고 이탈하고 징징대고 ㅠㅠ 선생님들은 계속 이탈하는 아이를 잡느라 분주하시고,
율동할때 다른 아이들은 춤도 잘 추던데 저희 아이는 가만히 서있다가 돌아다니고..
그래도 달리기경기는 열심히 뛰어주어서 너무 대견했네요.

저녁에 남편이랑 이야기 하다가 내년 운동회에선 얌전히 기다리고 춤도 출수 있을가? 라고 하니 “그럴리가 없지” 이렇게 한마디 던지네요,
매사에 부정적인 남편이라 저도 그간 쌓였던게 있었는지 저 한마디가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안그래도 오늘 우울한데 좀 긍정적인 말을 해주면 안되냐고 뭐라 했더니 뭐가 우울하냐고 되묻네요
진짜 공감능력도 없고 부정적이고.. 훈육한답시고 아이한테 소리지르고.아이한테 나이 먹을수록 퇴행한다고 하고 ㅠㅠ

양가 부모님들이 걱정하실가봐 아이 일을 아직 말씀 못드렸는데 이제 슬슬 말씀 드리자 하니 몸도 안좋으신데 괜히 병나면 어쩌냐고 합니다.
어디 주변에 상담도 하소연 할데도 없고 혼자서 다 감당하는데 이러다 진짜 내가 병날거 같네요

아이 재운다고 방에 들어왔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
단1%라도 호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직장 다니면서 아이 데리고 치료센터 다니고 있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 제 모든 희망이 꺾여버리는거 같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힘이 쭉쭉 빠지네요…
부부가 같이 으쌰으쌰해도 모자랄판에…평생 이러고 어찌 살지 너무 막막하네요

중증은 아니지만 또래보다 좀 느린 아이… 힘들때도 많지만 그래도 아이때문에 웃고 행복을 느낄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같이 힘든 날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왜 나는 남들 다 누리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지, 억울하고 속상하고,가끔은 너무 지칩니다

우울한 밤, 익명의 힘을 빌려서 하소연 했네요.
두서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유리멘탈이니 악플은 삼가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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