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살하셨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제야 이해가 간다

346128No.431812022.11.01 16:45

아버지는 7년전 8월 16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 한 장 없이 마지막으로 본인이 가장 좋아하던 막걸리와 통닭을 사 드신 뒤에 번개탄을 피워 홀로 죽으셨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사업은 망했고 빚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거기에 건강까지 좋지 않으셨다.

당시에 어렸던 나는 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을 하셔 멀리 떨어져 지냈는데 수원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엉엉 울며 죽은 아버지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의 죽음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장례식 3일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고 나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를 위해 아버지의 빚과 재산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아다녔다. 살면서 갈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보증재단이며 캐피탈회사, 개인적인 채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다 만나가며 거동이 불편하신 친할머니를 대신하여 매일 같이 돌아다녔다.

그 때 당시 아버지의 채무는 3억원 상당이었고 나는 혹여나 이 빚이 잘못되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매우 두려워했다. 매일 같이 먹은 밥을 게워내고 어리석게도 가끔은 아버지를 원망했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았던 나의 유년시절을 증오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한 가정에서 한 학교를 다니고 이사를 다니지 않고 계속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갔다가 아버지에게 돌아갔다가 때로는 이모의 집에서 신세를 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될틴데 라며 말이다.

시간이 흘러가 나는 20대 중반이 되었고 취직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력서를 집어넣고 면접을 보고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실패가 계속되니 갑자기 앞 날이 어두컴컴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러다 아무 것도 못하고 나이를 먹는다면? 계속 이러고 살아야 하는가? 버티는게 답인가?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심적으로 불안해지다 보니 수면제와 안정제를 먹기 시작했고 약을 먹지 않은 날에는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며 쓴 자소서와 이력서는 술에서 깬 다음 읽어보면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술을 끊고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이런 내 자신이 한심했지만 담배를 피니 어찌저찌 마음은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도중에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작은 규모의 회사였지만 나의 전공과도 맞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회사에 미팅을 하러 갔다.

대표와 이야기를 하는데 대표가 대뜸 이런 말을 했다.

"xx씨 전문대 나왔네?"


상당히 무시하는 듯한 투였지만 나는 이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에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대답했다.

"네 하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에는 지장이 없고 계속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작업실력이 늘었습니다. 또 계속 공부를..."

대표는 나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그 xx씨 우리가 보시다시피 규모가 크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도 사람을 쓰는데에 상당히 신중합니다. 그래서 그런데 6개월 동안은 급여의 7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저희가 저축했다가 한 번에 6개월 뒤 정식 계약을 하면 그 때 지급하는데 괜찮으세요?"

대표가 하는 말이 자기들이 일을 가르쳐주면 금방 퇴사해버리고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더라


그래서 그냥 못하겠다고 말을 하고 나왔다. 6개월 동안 계약도 하지 않은 채 회사에서 일을 하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런 똥같은 글을 쓰며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로해 달라고 징징거리는 중이다. 답 없다 내 인생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막막하고 세상이 나를 싫어하는 듯한 느낌 세상이 온 몸으로 나를 거부하는 기분이다. 우울하고 한심하고 불안하다.

학자금 대출이 아직 50%나 남았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대부분은 수면제 약값과 대출을 갚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담배값으로...

사실 나의 부족이고 내가 나약탄 탓이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은 다른 이들이 말하는 한심한 인간의 표본이다.

열심히 살고 싶고 엄마에게 비싼 선물도 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나를 희생해보고 싶다. 남을 도우며 봉사를 해보고 싶고 가끔은 내 또래들의 플렉스 라는 것도 해보고 싶다.
한 번도 가지 못한 해외여행도 가보고 싶고 호텔에서 자보고 싶다.

할수있을까요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한심한 청년의 징징거리는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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