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었다.(추억)

716212No.352722021.07.22 17:12

덥다.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손 안에 가득 들어차는 부채따위로 버틸만한 더위는
진작에 넘어선것 같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에 쥔
부채를 열심히 흔드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살짝 삐져나온다.
또 하루 여름을 적는다.


아아, 덥다. 더워서 죽어버릴 만큼 덥다. 아스팔트 위에 만개한 아지랑이 꽃들을 보며 육성으로 짖어내는 탄성섞인 감상평이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덥다고 할순
없지만서도. 약한 냉방바람이 앞머리를 스칠때마다.
그 날의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오며 수십번의 여름을 겪어왔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로 겪을때마다 점점 더 더워지는것
같다,  불꽃이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산다면 이런 느낌일까? 회식자리에서의 삼겹살에게 짧게 애도를 표한다.


그래, 그런 여름이었다.
그랬던 여름이었다. 아니, 이래서 여름인 것이다.
여름이다. 여름, 꺼지지 않는 아이들의 열정과도 같은,

그러고 보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릴적의 여름은 크게 덥지 않았던것 같다.  뭐 실제로 그 년도가 덥지 않은 해 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의 여름은 각자의 추억이 껴있어서
여름의 더위를 직화로 쬐지 않게 해줘서는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 때는 친구들과, 또는 형제 자매와
작은 도랑에서도 신나게 놀지 않았었는가?
그때는 수박을 서리하다가도 앞으로 넘어져 코가 깨져도 신나게 계곡으로 들고 날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양 빰을 붉힐만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시절만큼은 그만한 먹거리(?)와 유흥거리도 없었다. 각 가정에 핸드폰이 없던 시절. 참으로 아날로그틱한 흑백의 세상이었다.

여름마다 늘 이런 시시콜콜한 옛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가득 매운다.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에 발을 담그듯이.
매 여름마다 그 날들의 기억들이 잊히지 않고 또 나온다.
과연, 계속 생각나는 집이 맛집이랬나?
역시 오래된 집이 맛집인 이유가 있다.
옛날 집들을 볼때마다 괜히 들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게 아니다. 다소곳한 초가집에 상스럽게 삐져나온 굴뚝이 야릇한 하얀 연기를 뿜으며 뿌리칠수 없는 향수로 내 발길을 꼰다.

그날도 한창의 여름날이었다.
늘 똑같은 레파토리로 각자의 슬픔을 얘기하는 매미의 울음소리. 간간히 들리는 이름모를 새의 비명이 공터 뒷쪽의 작은 언덕을 지워버리듯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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