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고싶나봐요..

135248No.413992022.07.11 15:03

딸 셋중에 둘째로 태어났어요.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은 자라는 내내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 큰 지금에 와서 왜이렇게 가족만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까요?
저의 어린 시절이 너무 너무 불쌍하고 딱해요.
지금도 저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가족들이 미워요.
희생은 내가 다 한거 같은데
이제와서 의무는 또 같이 하자는 형제들이 싫어요.

제가 고3때 대학간 언니가 있어 두명의 학비 지원은 힘드니 너는 대학 대신 취업을 하는게 어떻겠냐하더라고요.
저는 대학이 너무 가고싶었지만 한마디도 못하고 그러겠다했어요.
자식한테 오죽하면 이런 소릴할까싶어 엄마를 위로해주고싶었어요.
그렇게 2년을 벌어 뒤늦게 내돈으로 대학에 갔어요.
늦은 나이에 간 대학이 제게는 자격지심이라 아르바이트하며 시간 쪼개쪼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런데 시험을 며칠앞둔 어느날 아빠가 교통사고가 크게나서 대수술후 입원을하게 되었어요. 긴박한 상황이라 보호자가 상시대기해야만했어요. 언제든 급한수술이 필요할때 사인해줄 수 있을보호자가 있어야했거든요.
엄마는 직장때문에 안된다.그리고 동생을 돌봐야한다.
언니도 회사를 뺄수없다. 동생은 미성년자라 안된다.
결국 너밖에 없다.
아픈 아빠 앞에서 정말 나쁜X같지만 너무 싫었어요.
내가 이 대학에 오기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장학금 받고싶어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만 보게해달라고 며칠만 다른사람이 있어달라했지만 늘 그렇듯 제 의견은 무시당했어요.
그 어린 나이에 아빠 대소변 다 받아내고 씻기고 남자 환자들만 있는 다인실에서 쪽잠자고..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너무 짠하고 불쌍해요.

나는 늘 힘들게 얻어내는건데 왜 언니와 동생한텐 늘 쉬웠을까요?
자랄땐 몰랐는데 커서 얘기해보니
나는 거절당했던것들을 그들은 다 누리고있었더라고요
어릴때 특별활동으로 배드민턴부에 들어가고싶었는데 라켓 사줄돈이 없다고해서 취미에도 없는 영화감상부나했는데 언니랑 동생은 각각 아람단과 걸스카웃 출신이더라고요.
새옷도 거의 입어 본적이 없어요. 늘 언니가 입던 옷. 유행 지난 운동화. 언니가 질린 책가방.... 그런데 또 동생은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난다는 이유로 또 새옷..
대학도 나만 내돈 보태 뒤늦게가고 언니랑 동생은 제때갔고요.
용돈도 그때 당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이런식이었어요
고3인 언니 만원? 고1인 나는 5천원, 초등학생인 동생도 5천원.
저는 둘째라는 이유로 동생과 같은 초등학생 용돈을 받았어요.
나는 우리집이 가난하니까..
돈없어서 엄마가 늘 쩔쩔매니까..라고 생각하며 희생해왔던건데
커서 본 우리집 사정은 너무 배신감이 컸어요.
울집은 시골이었는데 시골집과 땅을 제외하고도
저 멀리 한 광역시에 아파트 하나와 2층짜리 단독주택이 하나씩 더 갖고 있더라고요.
울집이 그렇게 가난하지않구나 하는 안도감보다 '그런데 나한테는 왜그랬어?' 하는 배신감이 훨씬컸어요.

부모님은 저를 많이 사랑하시고
너밖에 없다. 니가 젤 믿는 딸이다. 하시고
언니도 때때마다 선물이며 영양제며 잘 챙겨줘요.
동생은 다 컸어도 여전히 제겐 귀한 아이구요.
그런데... 왜이리 공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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